한국 게임사 중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을 꼽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크래프톤의 PUBG: 배틀그라운드를 떠올릴 것이다. 2017년 얼리 액세스로 시작해 전 세계 게이머들에게 "배틀로얄"이라는 장르를 대중화시킨 이 작품은, 이후 10년 가까이 크래프톤이라는 회사의 정체성을 정의해 왔다.
본 기사에서는 PUBG를 중심으로 한 크래프톤의 에코시스템을 정리하고, 2026년 현재 이 회사가 직면한 기회와 과제를 살펴본다.
PUBG의 시작과 글로벌 성공
PUBG는 본래 블루홀(현 크래프톤)의 자회사 펍지주식회사에서 개발된 프로젝트로, 브렌든 그린(Brendan Greene)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출시 직후 스팀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며 동시 접속자 기록을 갱신했고, "100명이 생존 경쟁을 벌이는 배틀로얄" 장르의 공식 흥행작이 되었다.
PC에서의 성공은 곧 콘솔과 모바일로 확장되었다. 특히 PUBG Mobile은 텐센트와의 협업을 통해 인도, 동남아, 중동, 남미 등 신흥 시장에서 전례 없는 히트를 기록했다. 이는 크래프톤을 "한국 게임사 중 해외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회사" 중 하나로 만들었다.
인도 시장의 중요성
PUBG 에코시스템에서 인도는 특수한 위치를 차지한다. 인도 정부가 2020년 중국 앱 규제 과정에서 PUBG Mobile을 차단하자, 크래프톤은 인도 전용 버전인 BGMI(Battlegrounds Mobile India)를 자체 운영하는 결정을 내렸다.
BGMI 인도 전용 운영의 의미
- 시장 규모
- 수억 단위의 잠재 모바일 게이머
- 운영 구조
- 크래프톤 자회사 직접 운영, 현지 데이터 관리
- 수익 모델
- 배틀패스, 코스메틱 아이템 중심
- 리스크
- 규제 불확실성, 여러 차례의 서비스 중단 경험
BGMI는 인도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의 지배적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규제 환경에 따른 변동성이 여전히 존재하며, 한 번의 정책 변화가 매출에 즉각적 영향을 주는 구조적 취약성도 함께 가지고 있다.
배틀로얄에서 플랫폼으로의 진화 시도
크래프톤은 PUBG를 단일 게임이 아닌 IP 기반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PUBG: NEW STATE 같은 파생 타이틀, 배경 세계관(PUBG Universe)의 확장, 영상 콘텐츠 IP 등으로 IP의 생명주기를 연장하려는 시도가 이어져 왔다.
다만 모든 시도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NEW STATE는 기대만큼의 흥행을 거두지 못했고, 영상・애니메이션 확장도 여러 실험 단계에 머무른 모습이다. 이는 하나의 초대형 IP에 의존하는 기업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는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다른 IP에 대한 투자
PUBG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크래프톤은 여러 방향으로 투자해 왔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서바이벌 호러), 다크앤다커 관련 법정 분쟁과 별도 IP 확보 시도, 자체 스튜디오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한편 크래프톤은 스튜디오 인수와 소수 지분 투자를 병행하며 포트폴리오형 퍼블리싱 구조로 이행하고 있다. 하나의 초대형 IP가 아닌 여러 중소형 IP 조합으로 위험을 분산하려는 움직임이다.
AI와 딥러닝에 대한 적극 투자
크래프톤의 또 다른 특징은 딥러닝・AI에 대한 내부 투자가 한국 게임사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NPC의 행동 AI, 절차적 콘텐츠 생성, 캐릭터 애니메이션, 음성 합성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자체 연구팀을 운영해 왔다.
이는 장기적으로 게임 제작 파이프라인의 차별화로 이어질 수 있는 투자이며, 생성형 AI 시대에 게임 업계가 어떻게 재편될지에 대한 크래프톤의 답이기도 하다. 한국 AI 생태계의 전반적 흐름은 한국 AI 스타트업 생태계 기사에서 별도로 다룬다.
e스포츠 생태계로서의 PUBG
PUBG는 PGS(PUBG Global Series)와 같은 글로벌 대회를 중심으로 e스포츠 생태계를 구축해 왔다. 다만 리그 오브 레전드(LoL)나 도타 2에 비해 관람 스포츠로서의 성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한국 e스포츠 전반의 구도는 한국 e스포츠 산업 기사에서 다룬다.
크래프톤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역별 리그의 프로 팀 지원, 스트리머・크리에이터 생태계 강화, 관전 경험 개선 등 여러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재무 구조와 주주 환원
크래프톤은 2021년 코스피 상장 이후 주가의 큰 변동을 경험했다. 상장 초기의 높은 기대가 PUBG 이후 히트작 부재로 조정을 받았고, 인도 서비스의 변동성 이슈가 더해지며 투자자들의 평가가 분화되었다.
다만 2024~2025년에 걸쳐 영업이익률은 안정적으로 유지되었고, 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 움직임도 강화되었다. 본 기사는 투자 판단을 위한 분석이 아니며, 투자 결정은 반드시 전문가 자문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다.
2026년 이후의 관전 포인트
- 차세대 대형 IP의 등장 여부: 자체 개발 또는 퍼블리싱 IP 중 PUBG에 버금가는 흥행작이 나올 것인가.
- AI 기반 게임 제작 역량: 딥러닝 투자가 실제 제품 수준에서 차별화로 이어질 것인가.
- 인도 사업의 안정성: BGMI의 운영 지속성과 규제 환경 변화.
- 글로벌 퍼블리싱 플랫폼: 포트폴리오형 퍼블리싱 전략의 실질적 성과.
정리: PUBG를 넘어설 수 있을까
크래프톤은 한국 게임사 중 가장 먼저 글로벌 단일 IP 성공을 경험한 회사다. 동시에, 단일 IP 의존이라는 구조적 리스크를 가장 분명하게 안고 있는 회사이기도 하다. 향후 몇 년 동안의 과제는 PUBG 이후의 시대를 준비하는 것이다.
한국 게임 산업 전반에서 볼 때, 크래프톤의 행보는 "글로벌 초히트 IP를 가진 게임사가 어떻게 그 성공을 연장하고 확장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중요한 케이스스터디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확장 전략과는 또 다른 궤적으로, 이는 엔씨소프트 리니지 25년의 여정과 비교해 보면 흥미로운 대조를 이룬다.